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무형의 힘까지 포함합니다. 위계란 상대방에게 오인·착각·부지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하는 것, 곧 속임수를 뜻합니다. 위력과 위계는 폭행·협박 없이도 성립하는 성범죄의 행위 수단으로, 미성년자·장애인·업무상 보호관계 사건의 핵심 개념입니다.
강간·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수단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직장 상사와 부하, 교사와 학생, 시설 종사자와 장애인처럼 힘의 불균형이 구조화된 관계에서는 명시적인 폭행·협박 없이도 상대방의 의사가 제압되거나 왜곡될 수 있습니다. 위력과 위계는 바로 이 영역을 포섭하는 개념입니다.
주의할 점은 적용 범위입니다.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은 누구에게나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미성년자·심신미약자(형법 제302조), 업무상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형법 제303조), 장애인(성폭력처벌법 제6조), 13세 미만(성폭력처벌법 제7조), 아동·청소년(아청법 제7조) 등 법이 정한 대상과 관계에서 처벌됩니다. 성인 비장애인 사이의 일반적 관계에서는 위계에 의한 간음을 처벌하는 규정 자체가 없어, 사건 초기에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 관계인가"를 확정하는 것이 첫 쟁점이 됩니다.
판례는 위력을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이라고 정의하면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고 지위·권세의 이용도 포함된다고 봅니다. 폭행·협박에 이르지 않는 언동, 인사상 불이익의 암시, 지위를 이용한 반복적 요구 등이 종합되어 위력 행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하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위력 행사가 추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언동, 관계의 종속성 정도, 피해자가 처한 상황, 행위 전후의 정황을 종합해 자유의사가 제압될 만한 세력의 행사가 있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외형상 순응이나 거절의 부재가 곧 동의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점은 [성적 자기결정권] 항목의 논리와 연결되고, 의사 제압의 정도가 항거불능 수준에 이르면 준강간·준강제추행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과거 판례는 위계의 대상을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착오(예: 치료나 종교의식으로 오인시킨 경우)로 좁게 해석하여, 금전이나 교제를 미끼로 속인 경우는 위계로 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태도를 변경해,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착오뿐 아니라 간음에 이르게 된 동기나 조건에 관한 오인·착각·부지를 이용한 경우도 위계에 포함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온라인에서 신분을 속여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는 유형의 사건에서 처벌 공백이 메워졌고,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거나 판단능력이 낮을수록 위계 인정의 폭이 넓어지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 조문 | 대상 | 행위 유형 |
|---|---|---|
| 형법 제302조 | 미성년자·심신미약자 |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
| 형법 제303조 | 업무·고용상 보호를 받는 사람 | 위력에 의한 간음 |
| 성폭력처벌법 제6조 |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 |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
| 성폭력처벌법 제7조 | 13세 미만 |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
| 성폭력처벌법 제10조 | 업무·고용 등으로 자기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 | 위계·위력에 의한 추행 |
업무상 보호·감독 관계에서 간음이 문제되면 형법 제303조가, 추행이 문제되면 성폭력처벌법 제10조가 중심 조문으로 검토됩니다. | 아청법 제7조 제5항 | 아동·청소년 |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
같은 위력·위계라도 대상에 따라 법정형의 차이가 큽니다. 13세 미만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위계·위력 간음은 강간에 준하는 중형이 규정되어 있어,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가 곧 형량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Q. 직장 상사라는 사실만으로 위력이 인정되나요? 아닙니다. 상하관계의 존재는 출발점일 뿐이고, 그 지위를 이용해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구체적인 언동이 있었는지가 심리됩니다. 다만 인사권 등 실질적 영향력이 클수록 무형의 언동도 위력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Q. 속여서 성관계를 하면 모두 위계에 의한 간음이 되나요? 아닙니다. 위계 간음·추행은 미성년자, 장애인, 업무상 보호관계 등 법이 정한 대상에 대해서만 처벌 규정이 있습니다. 성인 사이의 일반적 기망은 도덕적 비난과 별개로 이 조문들로 처벌되지 않으며, 다른 범죄 성립 여부만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위력과 폭행·협박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정도와 태양의 문제입니다. 상대방의 반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이나 해악의 고지가 있으면 강간·강제추행의 폭행·협박으로, 그에 이르지 않지만 지위·권세 등으로 자유의사를 제압하면 위력으로 평가됩니다. 경계 사안에서는 두 죄명이 함께 검토됩니다.
Q. 상대방이 거부하지 않았다면 위력 사건에서 무죄인가요? 단정할 수 없습니다. 위력·위계 사건에서는 외형적 순응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제압된 의사나 착오의 산물로 평가되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관계였다는 정황(대등한 소통, 관계의 경위 등)이 확인되면 무혐의 방향의 자료가 됩니다.
Q. 온라인에서 나이나 신분을 속여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경우 위계에 해당하나요?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계의 범위를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착오뿐 아니라 간음에 이르게 된 동기나 조건에 관한 오인·착각·부지까지 확장하였으므로, 온라인에서 나이·직업·신분 등을 속여 미성년자에게 접근한 경우 아청법상 위계에 의한 간음·추행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위계 인정의 폭이 넓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