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은 성범죄를 규율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률입니다.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에 강간(제297조)부터 미성년자 의제강간(제305조)까지 핵심 조문이 집중되어 있고, 제22장에 음행매개(제242조)·음화반포(제243조) 등 풍속 관련 조문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아청법 같은 특별법은 형법을 기본으로 삼아 가중·특례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형법 조문에 대한 이해가 성범죄 법령 전체를 파악하는 출발점입니다.
형법에서 성범죄와 직접 관련되는 조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째, 제2편(각칙)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준강제추행, 미성년자 의제강간·강제추행 등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를 규정합니다. 이 장은 성범죄 형사법의 핵심 영역으로, 2012년 전면 개정을 거치면서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 유사강간죄(제297조의2)를 신설하는 등 현대적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둘째, 제2편 제22장 '성풍속에 관한 죄'에는 음행매개(제242조), 음화반포등(제243조), 음화제조등(제244조), 공연음란(제245조) 조문이 있습니다. 이 조문들은 성적 자기결정권보다는 공중의 성적 감정이나 사회적 법익을 보호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실무에서는 디지털 성범죄나 음란물 유포 사건에서 함께 검토됩니다.
그 밖에 제31장의 약취·유인·인신매매의 죄 가운데 성적 목적의 약취(제288조 제1항) 등도 넓은 의미의 성범죄와 접점을 가지며, 강도강간(제339조) 역시 성범죄의 일부로 다루어집니다.
제32장의 조문 체계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강간 관련 조문. 제297조(강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기본 조문입니다. 제297조의2(유사강간)는 구강·항문 등 신체(성기 제외)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규율하며, 2012년 신설되었습니다.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는 경우를 규정합니다. 제302조(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 미성년자·심신미약자를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경우를, 제303조(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는 제1항에서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하는 경우를, 제2항에서 법률에 의하여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자가 간음하는 경우를 각각 규정합니다.
강제추행 관련 조문. 제298조(강제추행)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로 폭행·협박의 정도 기준이 종전의 최협의설에서 완화되어 실무적 의미가 커졌습니다.
미성년자 보호 조문.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는 제1항에서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간음·추행을, 제2항에서 19세 이상의 자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경우를 각각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따라 처벌합니다. 제305조의2(상습범)는 상습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가중합니다.
결과적 가중범. 제301조(강간 등 상해·치상)와 제301조의2(강간 등 살인·치사)는 강간 등의 범행 과정에서 상해·사망이 발생한 경우를 가중 처벌하는 조문입니다.
미수·예비. 제300조는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간·준강제추행의 미수범 처벌을 규정하고, 제305조의3(예비·음모)은 강간(제297조), 유사강간(제297조의2), 준강간(제299조 중), 강간 등 상해(제301조 중),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제305조)의 죄를 범할 목적의 예비·음모를 처벌합니다.
형법 성범죄 조문은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의 체계가 완성되었습니다.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2년 개정은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강간죄 등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변경하여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도록 했고, 유사강간죄(제297조의2)를 신설했으며, 처벌 체계를 정비했습니다. 이 개정으로 성범죄의 보호법익이 '정조'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완전히 전환되었음이 입법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2013년에는 친고죄 규정(구 제306조)이 삭제되어 강간·강제추행 등이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기소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합의를 통한 고소 취소로 처벌을 면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었습니다.
2020년에는 제305조 제2항이 신설되어 19세 이상의 자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추행한 경우도 의제강간 등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고, 제305조의3(예비·음모)이 신설되어 강간·유사강간 등 주요 성범죄의 예비·음모 단계부터 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밖에도 법정형의 상향, 벌금형의 조정, 부수처분(신상정보등록·취업제한 등)의 확대는 개별 특별법 개정을 통해 이루어져 왔으며, 형법과 특별법을 함께 놓고 보아야 전체 체계가 파악됩니다.
형법 조문만으로는 성범죄 처벌 체계의 전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흉기 휴대·합동(특수강간 등), 친족관계 이용, 장애인 대상, 13세 미만 대상 등 가중 유형을 규정하고, 카메라등이용촬영·통신매체이용음란 같은 디지털 성범죄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아청법은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 대해 별도의 가중 처벌과 보안처분을 규정합니다. 군형법은 군인에 대한 특별 처벌 규정을,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 알선·강요 행위의 처벌을, 스토킹처벌법은 반복적 접근·연락 행위의 처벌을 각각 담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하나의 사건에 형법 조문과 특별법 조문이 동시에 검토되는 경우가 많으며, 어떤 법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법정형·보안처분·공소시효가 달라지므로, 적용 법조의 특정이 사건 검토의 출발점이 됩니다.
Q. 형법과 성폭력처벌법이 동시에 적용될 수 있나요? 형법상 강간죄(제297조)가 기본이고, 가중 요소(흉기·합동·친족 등)가 있으면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됩니다. 특별법이 적용되면 형법 조문 대신 특별법 조문으로 기소되며, 법정형과 부수처분이 달라집니다.
Q. 2012년 개정 전 사건에도 현행 조문이 적용되나요? 형법은 행위 시 법률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원칙(행위시법주의)이므로, 개정 전 행위에는 구법이 적용됩니다. 다만 신법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신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Q. 친고죄 폐지 이후 고소 취소의 효력은 어떻게 되나요? 2013년 친고죄 폐지 이후에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수사·기소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의 처벌 의사는 양형 단계에서 참고 자료로 고려됩니다.
Q. 형법 제32장의 모든 조문이 미수범 처벌 대상인가요? 아닙니다. 제300조가 미수범 처벌을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 열거된 죄(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간·준강제추행)만 미수로도 처벌됩니다. 공연음란 등 제22장 조문의 미수범은 별도 규정이 없는 한 처벌되지 않습니다.
Q. 형법상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어떻게 되나요? 공소시효는 법정형에 따라 달라집니다. 강간죄(3년 이상 유기징역)는 10년, 강간치상(무기 또는 5년 이상)은 15년이 원칙이며, 13세 미만·장애인 대상 일부 범죄는 공소시효가 배제되고 DNA 등 과학적 증거가 확보된 경우 연장되는 특례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미성년 피해자 사건은 성년에 달할 때까지 시효 진행이 유예되는 특례도 있습니다.
Q. 유사강간죄는 왜 별도로 만들어졌나요? 2012년 이전에는 성기 결합이 아닌 유사 성행위를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어 강제추행으로만 의율해야 했고, 이는 불법의 정도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297조의2를 신설하여 2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한 것입니다.